크리스 가르노 Chris Garneau - The Kind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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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것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크리스 가르노는 성공적인 2006년도 데뷔 앨범 [Music for Tourists] 이래 꽤나 성실하게 그 행보를 이어나갔다. 보스턴에서 태어나 파리, 그리고 뉴저지와 뉴욕을 오가며 거주했던 크리스 가르노는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발견했다. 스스로도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영향을 언급했는데 크리스 가르노 또한 연약한 팔세토 창법을 통해 심장을 파고드는 노래들을 만들고 또한 불렀다. 그렇게 공개된 데뷔 앨범 [Music for Tourists]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물론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되어 이목을 집중시켰고, 앨범 수록 곡 중 'Castle-Time', 그리고 'Black and Blue' 같은 경우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Grey 's Anatomy)]에 삽입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학 드라마인 [Private Practice]에서도 'Sad News'가 흘렀고, 크리스 가르노가 커버한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Between the Bars' 경우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의 [내가 사는 피부(The Skin I Live In)]에 삽입되었다.
2009년도에 두번째 앨범 [El Radio]를 내놓는다. 이는 피아노를 주축으로 현악기와 샘플링을 두루 활용한 편곡을 통해 유럽의 향기를 감돌게 끔 유도해냈다. 무엇보다 이듬해인 2010년도에 내한, 'EBS 공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등 크고 작은 공연을 다녀가기도 했다. 2013년도에는 친한 친구들과 가족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곡들을 모은 [Winter Games]를, 그리고 2018년에는 다양한 질감과 보다 넓은 세계관을 보여준 [Yours]를 내놓으면서 꾸준히 좋은 노래들을 발표해 나간다. 참고로 [Winter Games]에는 본 이베어(Bon Iver)의 두 멤버인 롭 무스(Rob Moose)와 CJ 카멜리에리(aka CARM)가 혼과 현악기 편곡을 구성해내고 있기도 하다.
담담한 듯 쓸쓸하게 흐느끼는 'Old Code'로 앨범이 시작된다. 우아하게 흘러가는 곡과 마찬가지로 마치 하나의 환상적인 연극 작품 같은 'Not the Child'의 비디오 또한 그의 예술 지향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비디오 속에서 크리스 가르노는 자연 경관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사이에서 춤을 추며 화관을 쓰고 화장을 한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Now On'의 비디오 경우 평화로운 자연 경관 속에서 크리스 가르노가 마치 내면을 탐구하 듯 명상적인 안무를 행하고 있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가사에서는 '이제부터는 그렇게 쉽게 내 사랑을 주지 않을 것'이라 곱씹고 또 곱씹는다.
무겁고 쓸쓸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전개되는 'Telephone', 성스럽기까지 한 'Cradled', 그리고 기타 중심의 'For Celeste' 또한 크리스 가르노의 초기 우울한 분위기에 그가 최근에 탐구한 것들을 결합시킨 형태로써 완수해냈다. 더욱 깊어진 목소리에서 확실히 성숙해진 크리스 가르노를 감지케 끔 유도한다. 미묘한 바로크 풍의 'Won't Use'에서도 온유함, 그리고 자비로움이 묻어나며, 믿음직하게 흘러가는 앨범 타이틀 트랙 'The Kind'에서는 진취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독백같은 여백과 효과들이 전개되는 'Little While'의 흑백 비디오 또한 영적인 기운을 선사하며, 느리고 우아하게 최소한의 악기 구성과 함께 침잠해 나가는 'So Slow'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The Kind]는 따뜻하고 역동적이면서 또한 투명한 앨범으로써 완성됐다. 이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8월 사이 크리스 가르노의 치유를 향한 창조적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다. 때문에 [The Kind]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시도가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은 우리를 비탄과 도전의 현장으로 인도하는 동시에 목가적인 향수 또한 불러일으킨다. 크리스 가르노는 이 훌륭한 노래 모음집을 만드는 데에 느리고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했고 그 결과 우리는 정직하고 우아한 앨범 한 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THE KIND
Tracklist
A2. Not The Child
A3. Now On
A4. Telephone
A5. Cradled
B1. For Celeste
B2. Won't Use
B3. The Kind
B4. Little While
B5. So Slow
2022.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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